[취재수첩] 몸값 높아진 ‘SW개발자’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기자의 시각이 10년전에 머물러 있다. 소프트웨어(SW) 개발자의 처우는 그리 나쁘지 않다. IT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개발을 배워두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SW개발자의 처우가 아니라 SI 개발자의 위상, 처우, 환경이 문제다. SW개발자는 대접받고 있고, 이를 많이 알려야 한다. 그래야 점점 더, 좋은 어린 친구들이 SW를 배우고 개발자를 꿈꿀 수 있게 된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최근 기자가 쓴 소프트웨어(SW)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중 하나다. 

이 기사에서 기자는 국내 SW개발자의 실질 퇴직연령은 평균 45세에 불과하고 잦은 야근과 박봉, 경력이 올라갈수록 관리직으로 밀리는 회사 직급 체계 때문에 개발자로서 경력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썼다. 

따라서 SW개발자들이 45대 중반에 은퇴해서 흔히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치킨집’과 같은 자영업이며, 제목에는 ‘월화수목금금금…’을 붙였다. 

이후 소중한(?) 댓글을 달아준 그에게 연락을 했다. 그는 개발자 커뮤니티와 IT 전문 헤드헌팅 업체를 운영하는 IT업계의 유명 인사였다. (개발자 커뮤니티 OKKY, IT 전문 헤드헌팅 업체 eBrain 노상범 대표)

그를 만나 국내 SW개발자에게 대한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판단은 역시 독자들의 몫이겠지만 그의 주장을 충실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더 이상 국내에서 한글과컴퓨터나 안랩, 티맥스와 같은 ‘SW기업’은 나오기 힘들다. 역량 있는 개발자들은 네이버나 카카오, 라인, 넥슨과 같은 서비스 기업에 가 있다. 10년 전만 해도 네이버 개발자는 100~200명 수준이었지만 2017년 기준 3000여명이 넘는다. 네이버를 포함한 대형 인터넷기업의 개발자수는 지난 10년 간 10~20배 이상 커졌다.”

“또, 우아한형제들이나 쿠팡, 토스와 같은 스타트업이 등장하면서 SW개발자들의 몸값은 높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카드회사나 농기계, 화장품 등 전 산업군에서 디지털화(Digital Transformation 혹은 Digitization)가 진행되면서 SW개발자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 현대카드의 경우, 지난 2016년 중반 미국항공우주국(NASA)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서 근무한 IT전문가를 디지털본부장으로 영입하며 주목받은 바 있다. 기업이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시키는 개발자의 몸값은 평균 1억~2억원 수준까지 높아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40세가 훌쩍 넘어서도 여전히 연봉을 올리면서 이직하는 현업 개발자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되는 쪽은 SI(시스템 통합)이다. 특히 공공SI분야. 지난해 과기정통부가 공공SW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시작한 ‘SW, 아직도 왜’라는 TF의 이름은 ‘SI, 아직도 왜’가 더 적합하다.

하도급과 헤드카운트, 무분별한 과업변경 등 잘못된 관행과 이를 악용하는 IT아웃소싱기업, 일명 ‘보도방’과 경력 뻥튀기 등이 SI 생태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를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다. 강력한 실행을 통해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SI도 IT생태계에서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이를 전체 SW개발자의 문제로 확대해 얘기하는 것은 SW개발자나 산업 측면에서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의 말처럼 SW개발자는 이제 어느 곳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하물며 뉴욕타임즈나 워싱턴포스트와 같은 신문사들도 ‘미디어 디지털(기술) 기업’으로 방향을 잡으며 개발자를 대거 채용하고 있다.

2011년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인 마크 앤드리슨이 기고한 칼럼 제목인 ‘SW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에서처럼 SW 중심의 변화는 오래전부터 예고돼 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역량을 갖춘 똑똑한 SW개발자의 양성이다. 모바일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새로운 IT트렌드의 등장에 따라 개발자의 역할은 더 커지고 할 일은 더 많아졌다. 일명 ‘선수’들은 몸값은 앞으로도 더 올라갈 것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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